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

January 6, 2014

모 디지털 카메라 광고 카피로 등장했었던(?) "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라는 문구로 수 많은 사람들에게 기록매체 즉, 카메라 구매욕구를 불러일으켰던 적이 있다. 다시 말해 기록이라는 것이 사람의 기억을 되살려 내기 때문에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라는 문구를 사용했으리라. 이 카피는 TV 광고를 통해 수없이 반복되어가며 사람들을 쇠뇌 시켰고 카메라 판매량은 급증했다.(아마도 그랬으리라.)
누가 누구를 지배하든 말든 나만 자유로우면 그만이긴 하나 살짝 반기를 들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 없어 이렇게 몇 마디 하고자 한다. 

가령 어느 특정한 음악을 들을 때면 지나간 내 인생의 한 부분, 그 때에 느꼈었던 그 감정들이 내  몸 속을 후비고 들어온다. 개인적인 예를 들어본다면 조덕배의 "꿈에" 라는 노래를 들으면 나의 어린시절 제일 친한 친구가 생각난다. 그 친구는 이 노래를 자장가 삼아 들었던 친구이다. 그런가 하면 그 당시의 주변 상황들, 소소한 기억들, 그 당시 느꼈던 감정들이 마구마구 떠오른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던 감정들과 느낌 들이지만 그 당시에 들었던 음악들을 들으면 무의식 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자 그럼 음악은 기록인가? 기억을 되살려 내니까 기록이라 해석해야하나? 

사진은 어떤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가?
첫 번째, 현실성 (기록성, 현장성, 발견의 예술)
두 번째, 우연성
세 번째, 고립성
네 번째, 복사성
다섯 번째, 자동성
이렇게 사진의 중요한 특성들이 존재한다.

그 중 현실성 (기록성, 현장성, 발견의 예술)은 무엇인가? 사진은 서술적이며 구체적이며 지시적이다. 다시 말해 마치 언어와도 비슷하게 어떠한 사실을 설명하고 묘사한다. 그러나 사진은 언어보다 훨씬 더욱 세부적이며 직설적으로 과거의 일을 서술한다. 그런 면에서 사진 기록이 있음으로 해서 지난 시간을 기억해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이 골목어귀...
이곳은 내가 언제라도 "고향" 하면 떠오르는 그 장소이며 이미지이다.
어려서 뛰어 놀던
할머니 품에 안겨 잠들던
할머니가 자주 다니시던 절에 놀러 가면 커다란 그릇에 가득히 쌓아 올려 내어주시던 절 밥
쪽방에서 화롯불에 군고구마 구워먹으며 들려주시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뚝방길을 지나다가 저수지로 미끄러져 빠져버린 수영 잘하는 소에 대한 기억
이렇게 만은 기억들이 남아있는 이곳이 내 마음속의 고향이다.

2006년 10월 6일 촬영 / 전라북도 진안


위 사진은 나의 고향 골목 어귀를 찍은 것이다. 이처럼 직접적이고 세밀하게 어떠한 장면을 설명하고 서술 할 수 있는 다른 매체가 있을까? (동영상이 있겠지만 동영상은 사진이 베이스가 되어 만들어진 매체이지 제외하기로 하자.)
나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따라 고향을 떠났다. 하지만 할머님이 살고 계셨기에 가끔 부모님을 따라 할머님을 뵈러 이곳에 오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외가 쪽 먼 친척들만 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곳을 찾아간 것은 그 어린 시절로부터 참으로 오랜 세월이 흐른 뒤였다. 그리고 나는 이 한 장의 사진을 찍어왔다. 이곳을 가지 못한 수만은 세월 동안 "고향" 하면 떠오르는 내 머리 속에 남았던 그 모습, 그 앵글, 그 각도, 그 이미지를 그대로 나는 사진 속에 담아왔다. 이 이미지는 사진 속에 담겨지지 않았던 때에도 내 기억 속에는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그 카피를 쓰신 분이 이런걸 몰라서 그렇게 썼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직업이 직업인만큼 광고라는 매체의 특성상 사람들의 귀에 쏙쏙 들어가는 단어를 찾아 쓰다 보니 앞 뒤 설명 없이 그렇게 말씀 하셨으리라.
그러나 원천적으로 기억이라는 범주는 기록을 넘어선다.
기억은 너무나도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고 깊숙하게 사람의 내면에 간직된다. 그것이 때때로 외부적 또는 내부적 충격으로 인해 되살아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악, 사진, 시, 그림, 무용 등이 그 매개체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사진은 기록인가?
물론 기록성은 사진이라는 매체의 특성 중 중요한 특성임에는 틀림 없다. 그러나 현대 사진은 더 이상 단순한 기록이기를 거부한다. 재인식의 도구로서의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억! 그 한계의 무한함을 기록이라는 굴레에 구속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그런가? 하고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앞서 말했듯이 누가 누구를 지배하던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면 그만이다. 어찌 보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일 수 도 있다. 그러나 사진을 단순히 기록으로서의 사진을 넘어 언어로서의 사진, 내면의 표현 매체로서의 사진 이길 바라는 사진가들, 혹은 그것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볼만 하지 않겠는가?

어찌 보면 사진과 관련 짖기 너무 뻔한 단어인 "기억" 그리고 "기록" 이라는 단어, 이제 그 기록이라는 울타리를 허물어 보자.
그럼 더 재미있는 사진의 세계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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